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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공주 USA : 2007 : 96min : Digi-beta :Color : 데이비드 카플란


 영문 제목은 "Year of the fish", 한문 제목은 "魚年". 그런데 한글 제목은 "물고기공주". 왜일까?

 "물고기공주"는 실사 촬영 뒤에 디지털 페인팅 효과(포토샵의 'artistic' 필터를 적용한 것과 비슷하다)를 입혀 만든 영화다. 작업의 편의를 위해서인지 혹은 의도한 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초당 프레임을 줄여놓아서 눈이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이런 효과 덕이랄까, 이야기를 판타스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인물들의 분장이 더욱 그로테스크해 보인다.

 예 시안은 미국의 차이나타운에 팔리다시피 와서 안마시술소에서 일하게 된다. 그녀는 남성을 상대하기 싫어 구박을 받고, 궂은 일을 도맡아 하게 된다. 그녀가 살아갈 낙을 얻는 것은 중국인 사이에 '믿거나말거나' 식으로 구전되는 인물인 '점쟁이 할멈'에게서 받은 물고기 한 마리와 첫눈에 반해버린 거리의 악사 조니 뿐이다. 그런데 물고기가 죽어버린다. 또다른 예언자적 인물인 '영감'의 조언에 따라 예 시안은 물고기의 뼈를 수습해 점쟁이 할멈을 찾아간다. 점쟁이 할멈은 마술같은 솜씨로 옷을 지어 예 시안을 변신시킨 뒤 신년 축제에 가도록 한다. 그곳에서 꿈에도 그리던 조니를 만난다. 하지만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듯이) 운명은 너무나도 가혹하야, 그들의 만남은 너무도 짧다. 이번에는 조니가 예 시안을 찾아나설 차례다. 안마시술소 단골인 친구의 도움으로 그 둘은 결국 다시 만난다. 조니는 보무도 당당하게(?) 예 시안을 안마시술소에서 구출해낸다. 그리고 그 둘은 행복하게 산다,

 라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이제 당신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 영화의 한글 제목이 "물고기공주"가 되어버린 이유를 알 것이다. 이야기의 뼈대가 '신데렐라'인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신데렐라' 이전에 그와 흡사한 이야기가 있었으니, 바로 중국의 '섭한(葉限) 이야기'이다. '葉限'의 중국식 발음이 바로 예 시안. 감독이 밝혔듯 이 영화는 중국의 민담에 근원을 두고 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민담에서 물고기가 하던 역할을 영화에서는 '점쟁이 할멈'이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물고기는 특별한 힘을 가진 존재가 아닌 이야기의 화자(그것도 영화의 처음과 끝에만 드러나는)로 전락하게 된다. 대신 영화가 얻은 것은 점쟁이 할멈이라는 환상적 인물이다.

 물고기 따위(?)가 아닌 인간의 모습을 한 조력자를 얻은 현대의 예 시안이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 사랑에 대한 대단치 않은 환상을 가진 그대라면 공감할 수 있을지도.





+) 08.10.06. 감독은 아마도 인류학자인 모양으로, "인류학의 문화이론"이라는 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