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에서 바라본 달
옥탑방에 살고 있습니다. 드라마나 뮤직비디오 등의 영상물에 의해 많은 분들이 세뇌된 것과는 전혀 다른 타입의 - 말하자면 낭만적이지 않은 - 옥탑방이어서 서울의 야경을 바라볼 수 있는 탁 트인 전망 따위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웃한 건물들이 하늘까지 막지는 못해서 고개를 조금만 들면 위 사진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어요.
옥탑방 세입자의 밥그릇
세들어 산지 일주일쯤 지난 뒤, 설겆이를 간단히 해결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산 식판입니다. 황학동 그릇 도매상점에서 구했어요. 해가 저문 뒤에 간 탓에 찾기가 조금 힘들었습니다. 밖에 진열되어있던,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것이나마 겨우 구할 수 있었죠. 설겆이거리가 쌓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확실히 편합니다만, 집에서 밥을 먹을 때가 많지 않군요.
의자로 쓰면 좋지 않을까?
며칠 전부터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길에 좀 '엉뚱하다'는 느낌의 물건이 하나 놓여있습니다. 사진에서 보고 계신 양변기인데요, 요놈을 옥탑방 앞마당에 놓아두면 어떨까 생각중입니다. 따뜻한 봄날, 옥상에 쏟아지는 풍성한 햇볕을 받으며 '양변기'에 걸터앉아 책을 읽는다. 하, 어쩐지 '생각하는 사람' 같은 포즈로 낑낑대고 있는 우스꽝스런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D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