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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속으로 Korea : 2007 : 104m : 35mm : Color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이야기를 ‘믿을만하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판타지에서 이 원칙은 더욱 중요하다. 듣는 내내 ‘이건 좀 비현실적인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이야기는 판타지로서 실격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판타지 호러 멜로’(?)를 표방하고 있는 황규덕 감독의 영화 “별빛 속으로”는 판타지물로서의 미덕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머릿속에 현실과 환상의 경계선을 설정해보라. 그 선을 나비가 넘나들고, 선은 무화된다. “이 영화는 판타지이다”라는 선언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죽음과 삶을 넘나들며 전개된다. 40대 교수인 수영은 꿈속에서 뛰쳐나온 듯한 나비에 이끌려 들어간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첫사랑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배경은 70년대 말. 수영의 첫사랑이랄 수 있는 ‘삐삐소녀(김민선 분)’의 투신자살 이후 그를 둘러싼 판타지가 시작된다. 암울한 시대상이 어쩌니 하며 이 영화를 설명하는 호사가들의 말은 믿지 말라. 이 영화의 시대배경은 신비의 인물 ‘삐삐소녀’와 주인공 수영을 죽이기 위한 수단으로써 사용될 뿐이다. “별빛 속으로”가 목적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어떤 이미지로부터 그 시대를 구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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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게'를 부르며 전단을 뿌리던 삐삐소녀는 투신자살을 한다.


 불만인 것은 목덜미가 후끈 달아오를 정도의 민망한 반전이다. 계획된 반전이긴 하지만, 그 앞까지의 이야기가 반전을 향해 달려왔다기보다는 반전을 엉성하게 덧붙인 느낌이다. 반전에 대한 강박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 영화가 ‘판타지 멜로’물이라는 정보쯤은 미리 알고 있었으니만큼, 기대했던 것은 서사의 개연성이 아니다. 다만 좀 더 그럴싸하게 ‘뻥을 치는’ 솜씨가 아쉬웠다. 거짓말이 너무 투박하여 마치 조밥을 먹는 것처럼 껄끄럽다. 판타지 몇 편을 더 찍고 싶다는 감독의 다음 작품은 ‘목 넘김이 부드러운’(?) 영화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