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사흘동안 외박을 했다. 물론 가출은 아니어서, 회사일을 마치고 돌아와보면 그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말하자면, 동생은 보리차를 끓여놓았다. 끓여진 보리차가 담긴 냄비가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져 있었다. 나간지 한참이 지난듯, 냄비는 싸늘했다.
동생은 보리차를 끓여놓고, 나는 그것을 PET병에 옮겨담는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PET병에 담긴 보리차는 줄어들어 있었고, 냄비에는 새로 끓인 보리차가 담겨 있었다. 나는 다시 그것을 PET병에 옮겨담았다. 얼굴을 전혀 보지 못한 사흘간, 우리는 물을 통해 서로의 안녕을 확인한 셈이다.
마침내, 동생이 돌아왔다. 어제 밤이었다. 자취방을 새로 구한 친구와 사흘간 함께 지냈단다. "친절한 금자씨"를 보던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냉장고에 넣어둔 두부가 상하지 않았을까, 걱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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