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 호수
두시 반, 라스트뱐카로 향하는 버스가 출발한다. 창 밖의 풍경은 그야말로 "여기가 시베리아다"라고 외치고 있는 듯, 흰눈으로 덮힌 벌판과 곧게 자란 침엽수림뿐이다. 버스 어디엔가 구멍이 뚫렸는지, 몸을 더욱 움츠리게 만드는 바람도 시베리아를 체감하게 한다. 한 시간 반쯤 지났을까, 바이칼 호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보통은 관광객들이 우르르 내릴 때 따라 내리면 되겠지만, 버스 안에 다른 여행자라고는 없는 것 같다. 적당한 곳에서 내려, 오물(바이칼 호수에서만 산다는 담수어)을 파는 노점상들 곁을 지나 호수로 향한다.
바이칼 호수는 '꽁꽁' 얼어 있다. 어찌나 두껍게 어는지, 한겨울에는 호수의 얼음 위에 도로표지판까지 세워진다고 한다. 쇄빙선의 궤적이 다시 울퉁불퉁한 얼음이 되어 남아있다.
쇄빙선의 궤적
두껍게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
흑백 사진이 아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상인들은 좌판을 덮어두고 상점 옆에 앉아 눈이 그치기를 기다린다.
보드카 한 병과 오물 두 마리를 금세 해치워버리고 얼근해진 몸을 일으킨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맛뵈드리고 싶어 마른 오물 다섯 마리(100루블)를 산다.
오물이 든 비닐봉지를 달랑거리며 내렸던 곳의 반대편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좀처럼 오지 않는다. 일곱 시까지 기다리다 별 수 없이 버스보다 10루블 비싼 미니버스를 타기로 결정한다. 10루블만큼 빨라서, 한 시간만에 이르쿠츠크에 도착한다. 짧은 시간동안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했다는 느낌이 들어 만족스러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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