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통신(중국-이집트, 육로여행)

궤적 2007. 5. 8. 19:29 posted by 주말수염반장
 순전히 '귀찮다'라는 이유로 근 한달째 여행기 쓰기를 미루고 있습니다. 다시 의욕이 생길 때까지의 틈을 메우기 위해, 여행중에 미니홈피의 방명록에 썼던 '여행통신'을 긁어서 모아봤습니다.

 우선, 루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출동-China-Mongolia-Russia-Estonia-Latvia-Lithuania-Poland-Czech-Germany-Austria-Hungary-Croatia-Bosnia & Herzegovina-Montenegro-Albania-Greece-Bulgaria-Turky-Syria-Jordan-Egypt-한국
 

 '여행통신'을 통해 앞으로의 여행기를 짐작해보세요-!




조금 전에 베이징에 무사히 도착. 조선족이 운영하는 민박집에 왔더니 한글 자판도 쓸 수 있고 좋다! 북경에서 며칠 머물다가 몽골로 이동할 계획. (2006.03.29 21:37)

-'뻬이징 덕(?)'은 돈을 아끼느라 먹지 못했지만, 무척 맛있는 중국 만두는 실컷 먹을 수 있었습니다.

-몽골에서 6일동안 너무 늘어져 있어서, 다시 배낭을 짊어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웃음).

-오늘 저녁에 러시아 이르쿠츠크(바이칼 호수 옆이라죠)로 가는 기차에 오릅니다. 기차 안에서 두 밤 자야 해요. 아아, 지금까지는 별 거부감 없는 얼굴(그들과 비슷해 보인다는 의미에서) 덕에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는데,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이방인이 되어야겠군요. 부디 제가 무사하기를 기도해주세요-!
( 2006.04.10 11:56, IP 202.179.21.110 )

러시아 이르쿠츠크에 도착했습니다!

마치 "여기가 바로 시베리아다!"라고 말하고 있는듯한 풍경이 제법 그럴듯했습니다.

바이칼 호수는 아직도 꽁꽁 얼어있더군요. 그 위를 걸어보기도 했습니다. 겨울에는 표지판이 세워진다고 하던데, 확인은 못했습니다만-.

내일 저녁에 다시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떠납니다. 무려 5일이나 걸리는 대장정입니다.

그럼 그때까지, 모두들 안녕히-! ( 2006.04.12 21:18 )

-상트 베쩨르부르크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제법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러시아에는 수많은 김영근들이 있습니다. 어느 날인가 트램 안에서 한 무리의 김영근들을 보았을 때 저는 잠시 정신이 아뜩해져서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때의 심정을 말하자면 '아아, 우리의 지구를 어쩔 셈인가-!' 정도랄까요(웃음). 허리가 가슴께에 달린 것 같은 그들은, 어찌나 성큼성큼 걷는지 아무리 열심히 따라가려해도 벌써 저만큼 가 있기 일쑤입니다.

-요 며칠간 동행이 없어서 외롭기 그지없습니다. 그간의 동행들을 소개하자면, 북경에서는 각국의 '인체 번식에 대한 아크로바틱한 접근'이라는 내용을 담은 CD를 보급하시는데에 진력하시는 40대 중반의 '만수아저씨'와 함께였고, 몽골에서는 비트박스를 연구하는 동갑내기 일본인 '유스케'군과 함께 여행했었습니다. 이르쿠츠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기차 안에서는 살 길을 찾아 벨로루시로 가는 러시아인 '바샤'가족과 함께였구요. 다음에 만나게 될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몹시 궁금합니다.
( 2006.04.22 01:56 )

-St.Petersburg를 꼭지점으로, 북서쪽으로 나아가기를 멈추고 남서를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아, 짧은 영어 탓에 양키들을 대하기가 몹시 겁이 납니다. 영어 공부를 전혀 하지 않있던 6년동안에, be동사의 시제변화도 까먹었을 정도예요! T.T "I was-"라고 말했던 자신을 발견하고는 얼굴이 빨개지곤 합니다. be 동사의 시제변화, 누가 좀 알려주세요~!

-거창한 건물들을 보는 것도 이제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좀 조용한 곳에 가서 며칠 푹 쉬고 싶지만, 숙소값이 만만치 않아서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싼 숙소야, 나타나라-!" ( 2006.04.30 06:18 )

아아, 숙소 방명록을 보니까 "I was"가 맞군요. 두 번 죽는 기분이 이런거구나-. (2006.05.02 04:16)

-발틱 3국과 폴란드, 체코를 지나 독일에 도착했습니다. 폴란드에서는 갑자기 지친듯한 느낌이 들어 조금 고생했지만, 체코에서는 '과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좋게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슬슬 한국분들도 나타나주셔서 벙어리 신세도 면할 수 있게 되었구요.

-5주 넘게 기른 수염을 자르고, 머리도 다시 짧게 잘랐습니다. 정성기 군의 말에 의하면 '이제 좀 사람같다'는군요. 숙소비 굳은 김에 며칠 푸욱 쉴 작정입니다. 말하자면 '개인정비' 기간이랄까요-.

-앞으로의 루트는 오스트리아-헝가리-불가리아-그리스-이집트-터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장 있는 독일도 원래는 계획에 없었으니까,이 루트도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시 엽서를 받고 싶으신 분은 원하시는 국가명과 주소를 '비밀이야' 쪽에 남겨주세요. 사실은 주소를 하나도 몰라서 엽서를 전혀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쩐지 군대에 있을 때만큼 편지를 쓰고 싶어요-! ( 2006.05.11 19:30 )

-며칠 전에는 마침내(?) 노숙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잘쯔부르그 역 안 벤치에서요. 정말 끔찍한 밤이었습니다. 끊임없이 저의 눈꺼풀을 통해 밝음과 어두움을 투사하는 전광판, 어둠의 차례에 누군가 앞에 있나 싶어서 눈을 떠 보면 보이는 등신대의 할머니 광고판, 즉석 증명사진 부스에서는 "Nuclear Lunch Detected" 톤의 목소리가 일정 간격으로 들려오고,쉽사리 잠이 오지 않아 눈을 떠 보면 보이는 "Zug Um"이라는 단어. 그 날 밤에 대해서는 어느 술자리에선가 자세하게 이야기 해드릴게요.

-어제 만난 일본인 슈와 산보의 꼬임(?) 덕분에 앞으로의 행보는 뱀이 기어가는 꼴이 될 것 같습니다. 조금 생소한 나라들입니다. 차차 보고하겠습니다.

-지금 묵고 있는 숙소가 주로 일본인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라서, 별 수 없이 또 다시 일본인 이야기입니다. 숙소에 6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일본인 할머니 한 분이 계십니다. 손녀쯤 되어보이는 일본 여성과 함께 있길래 '보기 좋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혼자 여행하고 계시더군요.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보며 "쓰고이!"를 외치시는 할머니의 눈은, 정말 초롱초롱했습니다. (손녀로 착각한 일본 여성은 혼자서 1년 2개월째 여행중이라더군요!) ( 2006.05.21 16:53 )

-부탁한 모두에게 도합 열 통의 엽서를 크로아티아에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엽서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혀 없군요. 하루 생활비 절반 정도의 돈을 쓰고는 쓰린 속을 부여잡고 있었는데-!

-터키에서 이집트로 가는 배가 없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별 수 없이 육로로 이집트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시리아를 지나야 해서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필요 서류중 하나인 한국 대사관 추천장(?) 발급이 중단되었다는군요. 이리저리 알아보느라 '이스탄불 한인회장님(!)'까지 만났습니다. 일단 국경에 가보라는 말씀을 들었는데, 과연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스의 엄청난 물가에 시달리다가, 불가리아에서부터는 '좀 살만하군'이라는 느낌입니다. 당장 배는 곯지 않고 있는데, 과연 한국에 돌아갈 비행기삯이 남을지 걱정입니다. ARS 모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네요.

-이번 보고서(?)에서는 이래저래 엄살만 부리게 되는군요. 마지막 엄살입니다. 오랜만에 대학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사이버 캠퍼스 로그인하여 분반 확인 후 과제물 제출할 것!'이라는 공지가! 아아, 첫 학기부터 낙제생이 되어야 하는건가요- ( 2006.06.08 03:24 )

-마침내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이집트에 도착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덥습니다-!

-요 며칠동안 누군가가 숙소에 두고 간 "야생초 편지"를 읽고 있는데요, 그 탓인지 향긋한 풋고추에 된장을 쿡 찍어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져서 큰일입니다. 여행 막바지에 들어서 갑자기 한국음식 생각이 나는 것은 대체 무슨 조화일까요.

-시리아에서 세 장의 엽서를 더 보냈습니다. 그 중 두 장은 부탁하지 않은 사람에게 보냈으니, 기대해보세요-. '난 아닐거야'라고 생각하고 있는 당신, "네, 당신은 아녜요." ㅎ ( 2006.06.23 20:07 )

-우와, 내게도 이런 일이! 어제 이태리인 '이반'이 추근덕거리는 바람에 일찍 숙소로 도망와 독주 한 병을 마시고 잤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합'이라는 홍해변의 마을에 있는데, 완전 반해버려서 벌써 세 밤째랍니다.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느긋하게 보내고 있는 나날이라서 엽서 양산 모드에 돌입했습니다. 모두 꽈방으로 보내니까, 2~3주 후에 꽈방 탁자 위를 확인해보세요.
(2006.06.26 03:10)

-아아, 마침내 귀국입니다. 같은 비행기인줄 알았던 세 명은 아침 비행기로 떠나버리고, 결국 출발할 때처럼 저 혼자입니다. 이래저래 꽤나 늦추어진 귀국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돌아가기 싫어요-!"(버럭) '한국 가면 돈 열심히 벌어야지'라고 마음먹었습니다.

-"가기 싫어-!"하며 발버둥치느라 지쳐서 쓸 기운도 없군요. 이쯤에서 김군의 여행통신을 '일단은' 마칩니다. 멀지 않은 어느 날인가 다시 뵐 수 있게 되기를. 안녕-.  ( 2006.07.08 1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