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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헬리 India : 2005 : 140mim : 35mm : Color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비가 내린다.


 설화는 역사적으로는 '전승'되며 지역적으로는 '전파'된다. 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 설화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더 널리 퍼지게 된다. 한편 이야기는 자연현상을 설명하고자 하는 욕구로부터 기원하기 때문에 어떤 화소들은 여러 곳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에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여전히 이야기되고 있다.

 인도영화 "파헬리"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옹고집전에 지귀설화를 섞어놓은 정도의 영화이다. 나무의 정령이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어, 집을 비운 그녀의 남편 형상을 하고 그녀와 사랑을 하게 된다는 간단한 뼈대의 이야기를 두 시간 20분으로 늘여놓았다. 인도영화이니만큼 흥겨운 노래와 춤이 끊이지 않고 삽입되어 지루하다는 느낌은 없다.

 재미있는 것은 해설자 역할을 하는 꼭두각시 인형들이다. 왕과 왕비의 모습을 한 인형들은 판소리의 고수처럼 이야기에 추임새를 넣고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하며, 현자와 같은 충고를 하기도 한다. 조금 허술한 점은, 처음엔 이야기의 내부에 있던 인형들이 나중에는 이야기의 외부에서 논평자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어쨌든 꼭두각시 인형들 덕에 영화는 민담의 특성을 획득한다. 할머니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흥미 본위의 옛날 이야기 같은 느낌 말이다.
 
 영화는 조금 황당하게 끝을 맺는데 골치 아픈 것은 잊어버리고, 민담을 듣는 것처럼 즐기고 마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영화에서 결말의 윤리성을 따지는 것은 성경을 읽으며 "에이, 말도 안돼"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테니까. 일단 표를 손에 넣었다면, 그들의 춤과 노래를 마음껏 즐겨라. 단, 옆 사람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