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버스 광고

수양록 2007. 3. 9. 11:26 posted by 주말수염반장

 버스로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버스가 고려대 앞을 지날 때쯤에 '투어코리아'라는 여행사의 만화 주제가같은 풍의 CM송이 나옵니다(음성광고입니다). 겨우 두세 번 들었을 때쯤에 가사가 외워졌어요.

 "회사가기 싫어
  학교가기 싫어
  여행가고 싶어
  투어닷(?)과 함께 떠나자"

 이 광고를 들을 때마다 몹시 불쾌한 기분이 됩니다. 가만히 듣고 있자면 저는 여행도 못가고 출근이나 하고 있는 무척 한심한 놈이 되어버립니다. 등교하는 학생들과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가득 찬 버스 안에서 그들을 조롱하는 조의 노래를 억지로 들려주는 것입니다. 귀를 무언가로 아주 꽉 틀어막지 않는 이상, 하루에 한 번씩(그것도 아침마다) 승객들은 그 조롱을 견뎌야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노래가 시작될 때부터 '울컥'하는 기분이 되어버립니다.

 그 다음 차례는 라디오 광고입니다. 조금 전의 분노(?)를 겨우 가라앉히고 꾸벅꾸벅 졸거나 책을 읽다 보면  버스는 한성대 앞을 지납니다. 이 때 라디오에서 시보 시그널이 울립니다. 가슴이 철렁합니다.

 '앗, 늦지 않게 출발했는데 벌써 아홉시! 지각이다, 지각!'

 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쯤, "현재 시각을 알려드리는 것은 아니지만,"이라는 말로 광고가 시작되죠. 지독하군요, 지독해. 일단 관심을 끌 수만 있다면, 광고에 노출되는 사람들을 속여도 무방하다는 걸까요. 시보 시그널에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응하게 되어버린 자신도 슬펐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라디오 광고는 라디오를 꺼버리거나 다른 채널을 들으면 된다고 칩시다. 게다가 제가 예로 든 광고가 문제가 되는 것이지, 버스 안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무료함을 달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긍정적인 측면으로서의 '보통 광고'들은 딱히 나쁘달 것이 없습니다(여기에는 라디오를 무척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도 조금쯤 담겨있습니다). 조금 더 불쾌한 쪽은 음성광고입니다. 버스회사는 승객을 이윤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버스는 시민들이 낸 세금의 보조를 받는만큼 공공재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승객들에게 광고를 듣도록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요금을 내고 탄 승객에게 광고까지 듣도록 강요하다니요! 게다가 그 광고의 내용이 승객의 불쾌감을 유발한대선 곤란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