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만 보고 있다간 얼굴 없는 사람이 되고 말 거예요!

수양록 2007. 10. 11. 20:41 posted by 주말수염반장

 추석 연휴가 끝나고 많은 스타들이 양산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사람들에게 공통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줬다.
 "동안 선발대회에서 1등을 한 그 사람 말이야-"
 라는 식의 대화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팀 버튼의 영화 <빅 피쉬>에서 거인 칼은 서커스단의 단장과 계약을 한다. 사장은 묻는다.
 "불공정 계약이라는 말 알아?"
 물론 칼은 그런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군소리 없이 단장과 계약을 한다. '거대한 몸집'이라는 선천적 볼거리를 단장에게 헐값으로 팔아버린 것이다.

 방송국이 하고 있는 일이 서커스 단장과 다를 것이 무언가. 그들은 자신들의 상행위를 위해 일개 시청자였던 이들이 가지고 있던 볼거리를 헐값에 사들인다. TV스타가 된 이들은 얼마간 다른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가 이내 잊혀지고 만다. 잠시동안의 TV스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다음 해 추석 연휴에 새로 태어날 TV스타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는 것 뿐이다.

 빌어먹을 방송사들이 시청자의 삶에 틈입한다. 시청자에서 출연자가 된 이들은 한동안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TV에 출연한다. 관심은 몇 달쯤 지속되고 가끔씩 인터뷰 요청도 들어온다. 그리고 곧 잊혀진다. 다음 연휴에 방송국의 섭외작가가 머리를 긁적이며 전화를 건다.
 "이제 당신의 자리를 넘겨줘야겠는 걸요."

 거인 칼은 에드워드 블룸의 장례식에 찾아온다. 칼의 덩치는 에드워드 블룸의 이야기에서만큼 크지 않다. 이야기는 과장되기 마련이다. 더 많은 사람을 속이기 위한 이야기는 더 그럴싸해야 한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이야기 속의 사람처럼 될 수 있을 거란 거짓 희망을 품게 하는 것도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데에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연휴 내내 리모콘을 손에 쥐고 있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품게 된 거짓 희망을 당신도 품겠느냐는 것이다. 세상에는 더 멋진 이야기가 널려있다. 그것들은 당신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희미하게 당신을 부르고 있다.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 당신의 연휴는 조금 더 행복한 꼴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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