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 얼굴만 보아도 어떤 사람일지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치밀한 묘사를 선보인다.

  처음 그의 만화를 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마스터 키튼"이라는 탐정물. 동경하는 사람 하나쯤 마음속에 품고 있을 나이인 그 때에 내 마음 속의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엉뚱하게도 마스터 키튼, 그였다. 그래서인지 내 눈은 어느 새 만화 속의 그처럼 항상 졸린 눈을 하고 있게 되었다.

 다음에 섭렵한 작품은 "몬스터". 요한이 뒤늦게 찾아간 주인공에게 남겨놓는 메세지 하나하나는 내게 어떤 묘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다. 이 만화를 통해 나는 말의 무서움을 조금쯤 깨달았던 것 같다.

 "20세기 소년"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나는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나오고 있는 시리즈물 중 가히 최고라며 다른 이들에게 떠벌리고 다니던(하긴, 내가 떠들어대지 않아도 다들 인정하는 눈치이긴 했지만) 이 작품에 대한 기억중 하나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외박을 나왔던 나는 복귀 직전 조금 남은 시간이 아까워 만화방에 들렀고, 거기에서 당시의 20세기 소년 최근호를 꺼내들고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어느 장면이었는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군복을 입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꼴이 너무 부끄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었다. 그 이후로 나는 20세기 소년의 신간을 읽을 때마다 꼭 한 번씩 눈물을 흘리게 되었으니, 조금쯤은 이상한 습관 하나를 얻은 셈이다.

 "20 세기 소년"의 주인공인 켄지의 얼굴은 어딘지 다른 작품의 주인공들처럼 매력적이지 않다. 눈매 하나, 입꼬리 하나로 인물을 설명해주던 작가의 친절함이 이제는 사라져버린 걸까? 하지만 다른 인물들을 볼 때 켄지의 '低매력'(?)은 작가의 어떤 의도일 것 같은데, 그건 아마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면서 설명되겠지.

 어쨌든 몇 해 전 생일에 친구들에게 생떼를 써서 얻어낸 "이나중 탁구부" 전권과 황학동에서 헐값에 구한 "아즈망가" 전권과 함께 "20세기 소년"은 지금 내 책장에 꽂혀있다.


, 라는 글을 05년 6월 26일에 썼었네요.

 20권까지였던가를 모아뒀는데, 나머지는 한국판 완결편이 나온 뒤에 살 계획입니다.

 20세기 소년의 단행본을 모으면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일본의 단행본 11권에 들어있다는 싱글 CD가 한국판에는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었어요. 한국판에는 만화 속의 '초대장'을 본뜬 종이쪼가리 한 장이 고작이었습니다. 일본판 11권의 싱글 CD를 구해볼까하고 검색을 하다가, 그 노래가 이미 온라인에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작년 여름의 일입니다. 검색어가 문제였는데, 'Lost Kenji Tape'으로 찾으면 되는 거였어요. 한국판 8권에 켄지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고, 노래 가사 위에 코드가 적혀있습니다. 그 코드를 기타로 쳐보며 '대강 이런 노래겠군'하고 상상했었죠. 그런데 실제는 상상했던 것보다 느리고 조용한 곡이었습니다.(노래 듣기)

 다음은 한국판 8권에서 켄지가 부르는 'Bob Lennon'의 가사와 코드를 옮긴 것입니다. 연주가 끝난 뒤에 외치는 "땡큐-!"가 중요하니까, 느낌을 잘 살려 외쳐보세요! ^ ^


사용자 삽입 이미지

Lost Kenji Tape


Bob Lennon


C    E    F    C

C                E               F                C
해가 저물고 어디서인지 카레 냄새가 난다
C            E         F                    C
얼마만큼 걸으면 집에 다다를 수 있을까
C      E            F             C
내가 좋아하는 그 가게의 크로켓은
C                E             F            Fm
언제나 먹던 그 맛으로 기다리고 있을까

Fm

Am    G     F     C E
지구 위에 밤이 온다
Am    G               F            C
나는 지금 집으로 바삐 걷는다

C    C

C                E                F                        C   
내년 이야기를 미리하면 도깨비가 비웃는다지
C                E                F      C
웃고 싶은 만큼 웃으라고 하면 돼
C                E             F                       C
나는 말하고 또 하련다 5년 후 10년 후의 이야기를
C             E                    F         Fm
50년 후에도 이렇게 너와 함께 있으려마고
Am    G     F     C E
지구 위에 밤이 온다
Am    G     F                      C
나는 지금 집으로 바삐 걷는다

C7    C7

D7             G7 E           Am
비가 쏟아져도 폭풍이 쳐도
D7             G7 F                              F
창이 쏟아져도 모두 집으로 돌아가자 가로막지 마라
Fm
아무도 가로막을 권리는 없어

Fm    Fm

Am    G    (F)    C E
지구 위에 밤이 온다
Am    G     F                      C E
나는 지금 집으로 바삐 걷는다
Am    G     F        C E
온 세상에 밤이 온다
Am            G        F       C E
온 세상이 집으로 돌아간다
Am    G                  F         C E
이런 하루하루가 너의 곁에서
Am       G           F            Fm
영원히 영원히 이어져 가기를

C    Em7    Am    G    F    C

땡큐-!
 

주말수염반장이 부른 'Bob Lennon' -우쿨렐레 연주